러시아에서 AI를 활용해 사망한 군인들의 모습을 재현하는 영상 제작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유족에게 위안을 주기도 하지만, 슬픔의 상품화와 윤리적 문제에 대한 논란도 증폭시키고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윤리적,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전문가 통찰 및 한줄평 (Insight):
이 기술이 인간의 슬픔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지, 혹은 더 깊은 고통을 안겨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기술 발전 속도만큼이나 윤리적,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시점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비극 속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이 AI를 이용해 고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영상을 제작하며 슬픔을 달래거나, 혹은 잠시나마 그리움을 해소하려는 시도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우리가 직면해야 할 복잡하고도 윤리적인 문제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AI, 죽음을 마주하는 새로운 방식인가?
BBC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한 인플루언서는 AI를 활용해 가상의 군인이 전역해 가족에게 돌아오는 짧은 영상을 제작해 SNS에 게시했다.
영상 속에는 “특수 군사 작전이 종료되었다”와 같은 문구가 등장하며, 이는 러시아 정부가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용어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영상은 마치 실제와 같이 느껴지지만, 이는 AI 기술로 생성된 픽션에 불과하다.
현실에서는 수많은 러시아 군인들이 전장에서 실종되거나 사망했으며, 그들의 정확한 운명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AI 생성 콘텐츠는 고인의 모습을 재현하거나, 생존해 있다면 함께 했을 순간들을 가상으로 만들어 보여줌으로써 유가족들에게 일종의 위안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사망한 가족을 추모하는 장례식에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이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온라인상에서 극명하게 갈리는 반응을 얻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안타까움과 슬픔에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비윤리적이며 깊은 불쾌감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레버헐름 지능미래센터 연구원인 카타지나 노바치크-바신스카(Katarzyna Nowaczyk-Basińska)는 “죽은 사람의 ‘데드봇(deadbot)’이나 전사한 러시아 군인의 딥페이크를 만드는 것은 매우 복잡하며 윤리적으로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의 발전이 슬픔의 과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장기적인 심리적, 사회적 영향은 아직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디지털 유령’ 제작, 누가, 왜 하는가?
AI 생성 콘텐츠 제작자들은 유가족들의 사진과 원하는 시나리오를 받아 맞춤형 영상을 제작해준다.
단순히 고인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특정 장소나 포즈를 지정하거나 시네마틱한 효과를 추가할 수 있다.
심지어는 고인이 남긴 듯한 감사 편지나 작별 인사를 영상에 삽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콘텐츠는 주로 전사한 군인들을 영웅으로 묘사하며, 그들이 나라와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다 희생되었다는 서사를 강조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영상에서 우크라이나의 파괴나 전쟁의 비극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침략 행위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희생자를 영웅으로 미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는 극심한 분노와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실제로 AI 생성 영상 제작자 중 한 명인 안나 코랄레바(Anna Korableva)는 “미완의 작별을 겪은 사람들이 남편, 부모, 자녀와 다시 한번 포옹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작별 영상’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처음에는 거의 매일 울었지만, 점차 감정을 분리하고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영상 제작 요청의 대부분은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가족들로부터 온다고 한다.
BBC와 현지 언론 Mediazona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최소 22만 5천 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현재 살아있는 군인들을 위한 AI 영상 제작도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천사의 날개로 남편을 감싸 보호하는 듯한 이미지 등으로 표현되며 전쟁의 참혹함을 은폐하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AI 기술, 슬픔에 돈을 버는 행위인가?
러시아 내에서는 국제적인 생성 AI 도구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면서, 캣야 진(Katya Jin)이나 안나 코랄레바와 같은 현지 AI 제작자들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AI 생성 영상 제작 비용은 200루블(약 2천 원)에서 1만 루블(약 10만 원) 사이로, 결과물의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일부에서는 AI가 비정상적인 신체 부위를 생성하거나 왜곡된 얼굴을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낮은 제작 비용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창출하는 제작자들도 있다.
군인 남편을 둔 울리아나 레베드(Ulyana Lebed)는 월 15만~20만 루블(약 150만~2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이는 러시아의 평균 월급을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슬픔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손실이 당신의 문을 두드리기 전에 조심하라.
어떤 주제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지만, 당신은 돈을 벌고 싶을 뿐”이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산업과 AI의 윤리적 딜레마
카타지나 노바치크-바신스카 연구원은 이러한 AI 병사 영상들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애프터라이프(digital afterlife)’ 산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미 박물관, 법정, 정치 캠페인 등에서 사후 아바타가 활용되는 사례가 있으며, 특히 죽음과 상실이 지배적인 테마인 전쟁 시기에 이러한 기술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그녀는 윤리적인 관점에서, 특히 정치적인 맥락에서는 이러한 영상들이 “매우 문제가 있다”고 강조하며, 심리적으로는 AI 영상이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오히려 슬픔을 심화시키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모두 기술적, 문화적 실험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것이 그녀의 진단이다.
AI 영상을 제작한 유가족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한 여성은 “다시는 아들을 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술이 받아들이게 도와줄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은 환상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여성 역시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는가?”라며 AI가 제작한 남편의 사진을 묘비에 사용했지만, 침실에도 두 장의 AI 이미지를 걸어두었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는 이러한 가상 현실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런 기회를 준 AI에게 감사한다.
당신이 떠난 지 곧 2년이 된다”는 한 러시아 여성의 댓글은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다.
AI 기술, 한국에 미칠 영향과 준비
러시아에서 벌어지는 AI 기술의 이러한 사례들은 한국 사회에도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AI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으며, 특히 생성 AI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기술이 한국에 도입되거나 유사한 서비스가 개발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딥페이크 기술의 오남용 가능성, 고인의 존엄성 문제, 그리고 AI를 통한 슬픔의 상품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IT 기업들은 물론, AI 기술 연구 기관 및 정부 차원에서의 윤리 가이드라인 마련과 사회적 합의 도출이 시급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 지원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AI를 활용한 ‘디지털 애프터라이프’ 기술의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가?
A: 고인의 존엄성 침해, 슬픔의 상품화, 딥페이크 기술의 오남용 가능성,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슬픔 처리 과정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 등이 주요 윤리적 쟁점이다.
Q: 이러한 AI 기술이 한국 시장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가?
A: 국내 IT 기업들의 신규 서비스 개발 가능성, AI 윤리 규범 마련의 필요성 증대, 그리고 잠재적으로는 사회 전반의 애도 및 추모 방식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Q: AI로 제작된 고인의 영상이 슬픔 극복에 도움이 되는가?
A: 개인마다 경험이 다르며, 일부에게는 위안이 될 수 있으나 다른 이들에게는 오히려 슬픔을 심화시키거나 현실을 부정하게 만들 수 있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Q: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A: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윤리적인 고려가 중요하며, 고인의 명예와 유족의 감정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또한, 딥페이크 등의 오용 가능성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출처: https://www.bbc.com/news/articles/cwy24v72n19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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