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은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장밋빛 기대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연구 결과는 이러한 낙관론에 제동을 걸고 있습니다.
AI 도구의 과도한 사용이 오히려 작업자의 정신적 피로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AI 브레인 프라이(AI brain fry)’ 현상이 심각하다는 경고입니다.
AI, 생산성의 역설인가
프란체스코 보나치(Francesco Bonacci)와 같은 초기 AI 도입자들은 AI가 방대한 업무를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이를 AI에게 맡기는 과정에서 오히려 압도당하는 경험을 토로합니다.
즉, AI의 능력은 커졌지만, 인간은 더 많은 선택지와 처리해야 할 정보 속에서 집중력을 잃고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이는 것입니다.
스티브 예그(Steve Yegge)는 이를 ‘AI 흡혈귀’라 칭하며, 인간의 에너지를 소진시킨다고 비유했습니다.
BCG는 이러한 현상을 ‘AI 브레인 프라이’라 명명하며, AI 도구에 대한 과도한 인간의 개입이 생산성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BCG 연구: AI 사용량과 생산성의 관계
BCG의 연구는 1,488명의 미국 기반 풀타임 근로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조사 결과, AI 도구 사용 개수가 반드시 생산성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3개 이하의 AI 도구를 사용할 때는 생산성이 향상되었지만, 4개 이상으로 늘어나자 자기 보고 생산성이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AI의 무분별한 도입이 오히려 작업자에게 인지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인재 손실과 수백만 달러의 비용 손실을 야기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AI 브레인 프라이를 경험한 근로자의 34%가 이직 의사를 밝혔는데, 이는 그렇지 않은 근로자(25%)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AI 브레인 프라이’의 구체적 영향
AI 관련 업무에서 높은 수준의 감독이 요구될 때, 작업자들은 일반적인 업무에 비해 14%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을 소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높은 AI 감독은 12% 더 큰 정신적 피로감과 19% 더 높은 정보 과부하를 동반했습니다.
많은 응답자들이 AI 과사용으로 인해 ‘안개가 낀 듯한’ 느낌이나 ‘웅웅거리는’ 소음 같은 인지적 부하를 경험했으며, 이로 인해 컴퓨터 앞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나야 하는 상황도 빈번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브레인 프라이’ 상태는 사소한 실수 발생률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AI 생산성 논쟁과 상반된 연구 결과들
AI의 생산성 향상 효과에 대한 주장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는 혼재되어 있습니다.
메타(Meta)의 전 수석 엔지니어링 리더였던 에릭 메이어(Erik Meijer)는 특정 AI 코드 생성 도구가 짧은 기간에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세인트루이스 지점의 보고서는 생성형 AI 사용이 전체 생산성을 1.1% 증가시키고, 시간당 생산성을 33% 향상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최근 분석은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AI 도입 간에 의미 있는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했으며, 특정 분야(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만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C-스위트 임원들의 90%가 지난 3년간 AI가 생산성이나 고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와도 맥을 같이 합니다.
AI 도입, ‘더 일하게’ 만드는가 ‘덜 일하게’ 하는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200명 규모의 기술 기업 대상 8개월 연구에 따르면, AI 도구가 직원들의 업무량을 증가시키고 결과적으로 번아웃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는 효율성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AI가 업무를 ‘강화’하여 오히려 더 많은 시간과 정신적 공간을 확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해야 할 정보량을 늘리고 업무와 비업무 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AI는 마치 흡혈귀나 프라이어처럼, 직접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에게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줄리 베다드(Julie Bedard)는 기업이 원하는 ‘오류 감소’, ‘더 나은 의사 결정’, ‘최고 인재 유지’와 같은 목표 달성에 이러한 ‘AI 브레인 프라이’가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AI 시대, 일하는 방식의 재설계
AI 브레인 프라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AI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AI가 어떻게 구현되고 활용되는지에 대한 비판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직무에 AI 도구를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이는 작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뿐입니다.
대신, 직무 재설계를 통해 AI 도구 활용을 위한 계획 및 우선순위 설정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BCG 연구에 따르면, 관리자가 AI 도구 사용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했을 때 브레인 프라이 현상이 감소했습니다.
또한, 버클리 연구진은 AI 도구 사용이 필요한 업무를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묶어서(batching)’ 처리하고, 중요한 결정이나 어려운 과제 수행 전에 잠시 휴식하며 사고를 정리할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즉,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잠시 거리를 두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필수적입니다.
BCG의 베다드는 리더와 관리자들이 AI 시대를 맞아 ‘일의 의미와 방식’을 재고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AI는 분명 우리 업무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 잠재력을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인지적 부담을 고려한 전략적인 접근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출처: https://fortune.com/2026/03/10/ai-brain-fry-workplace-productivity-bcg-stu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