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자선사업조차 ‘벤처 투자’와 ‘로비’처럼 통제하고 싶어 할 뿐입니다. 실리콘밸리를 휩쓰는 새로운 기부 트렌드의 명암을 파헤칩니다.
안녕하세요! 워런 버핏, 빌 게이츠 같은 과거의 억만장자들이 재단을 세워 천문학적인 금액을 빈곤 퇴치와 의료에 쏟아붓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 샘 알트먼 같은 젊은 IT·AI 재벌들은 왜 그런 거액의 기부 소식이 잘 들리지 않을까? 이들은 기부에 관심이 없는 걸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들이 기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전통적인 기부 방식을 거부하고, 자선사업의 룰 자체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비영리 재단 대신 주식회사(LLC)를 세우다
과거 부자들은 국세청(IRS)의 엄격한 감시를 받는 비영리 사립 재단을 설립했습니다. 매년 의무적으로 재산의 5%를 기부해야 하고, 사용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했죠.
하지만 젊은 기술 재벌들은 다릅니다. 마크 저커버그 부부의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은 비영리 재단이 아닌 유한책임회사(LLC, 영리기업) 형태로 자선단체를 설립했습니다.
LLC 구조를 선택하면 엄청난 특권이 생깁니다. 순수 기부뿐만 아니라 수익이 나는 영리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도 있고, 법적으로 금지된 정치적 로비나 정치 자금 후원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매년 5%를 기부해야 할 의무도 없으며 자금 내역을 대중에 공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즉, 세금 혜택은 일부 포기하더라도 ‘내 돈을 내 마음대로, 비밀스럽게 통제하겠다’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벤처캐피털(VC) 마인드가 자선사업에 그대로 적용된 것입니다.
효율적 이타주의와 장기주의: “당장의 가난보다 AI가 더 중요해”
이들의 기부처가 과거와 다른 또 다른 이유는 실리콘밸리를 휩쓸고 있는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와 ‘장기주의(Longtermism)’ 철학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아프리카의 굶주림이나 당장 눈앞의 전염병을 막는 것에 돈을 썼습니다. 하지만 젊은 IT 재벌들은 “당장 몇백 명을 살리는 것보다, 미래 인류 수십억 명을 멸망시킬 수 있는 리스크(AI의 폭주, 팬데믹, 우주 식민지 개척)를 막는 것이 데이터 적으로 훨씬 더 효율적인 기부”라고 계산합니다.
때문에 이들의 자금은 구호 단체가 아니라 AI 안전 연구소, 뇌과학 벤처, 우주 개발 스타트업 등 거창한 미래 기술 프로젝트로 흘러갑니다. 일반 대중의 눈에는 이것이 기부가 아니라 ‘자신의 사업 확장’이나 ‘SF 영화 같은 망상’에 돈을 쓰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선한 의도인가, 민주주의의 위협인가?
문제는 이 막강한 자본력입니다. 대중의 동의나 감시 없이, 소수의 3040 기술 재벌들이 인류의 미래 어젠다를 마음대로 결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일론 머스크나 마크 저커버그가 인류를 구원한다는 명분으로 정치권에 로비하고, 자신들의 이념에 맞는 스타트업에 ‘기부’라는 이름으로 투자하는 현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것은 더 이상 우리가 알던 순수한 ‘자선’이 아닙니다. 자본을 무기로 미래 사회의 주도권을 쥐려는 철저한 권력 게임에 가깝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마크 저커버그가 재산의 99%를 기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A: 맞습니다. 하지만 그 돈이 들어간 곳이 비영리 재단이 아니라 자신이 100% 지배하는 영리회사(LLC)인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입니다. 기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자산을 영리/비영리/정치 활동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개인 투자 회사로 옮긴 것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Q: 젋은 재벌들이 지지하는 ‘효율적 이타주의’의 부작용은 없나요?
A: 가장 큰 부작용 사례가 바로 파산한 코인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입니다. 그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최대한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부하겠다”는 효율적 이타주의를 내세웠지만, 결국 수십억 달러의 고객 돈을 횡령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끝을 맺으며 이 철학의 도덕적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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